별 것 아닌데 요즘 드는 짧은 생각들

별 것 아닌데 요즘 드는 짧은 생각들

공원에서 멍때리거나 자려고 누웠을때, 샤워할 때 종종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곤 한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면 곧잘 잊혀지곤 하는데, 종종 다시 되살아나는걸 보니 어쩌면 중요한 생각일수도.


주도권과 컨트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수동적으로 이끌릴때의 유쾌하지 않은 찝찝함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그냥 놓아두라고 한다. 비틀즈 노래 가사에도 있다.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과연 그것이 진리일까. 그냥 흘러가는대로 놔두는 것이 좋은걸까. 나는 이게 마냥 능사가 아닐 것 같은 이유는 끊임없이 미완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실 세상 일들도 모두 사람에 의해 비롯된다. 때로는 어떤 사람의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기복이나 나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경험하면 이 ‘어여쁜’ 존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판단이 흐려진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두렵다. 솔직히 말해서 인류애는 커녕 무력감과 냉소가 깃든다. 


고요와 평온함의 결핍의 시대

나는 새로운 경험과 신선한 자극을 좋아하지만 항상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특히 원하지 않거나 의도하지 않은 때에 다가오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밀어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무언가가 생기고 어떤 일이 일어나며 하필 결국에는 그것을 내가 알게 된다.

뭔놈의 세상사가 그리 많고 다양한지, 가끔 가다가 네이버 메인에 접속하게 되면 무수한 텍스트와 이미지에 정신이 나갈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구글만 쓴다. Messenger나 Social Media를 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앰뷸런스 소리, 술주정 하는 사람들, 튜닝한 자동차의 소음도 확실히 나에게 평온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들은 아니다. 그들도 그들의 삶을 사는 것 뿐인데 내가 유난 떨며 이기적인 것일까? 그래 그건 그들의 일임을 인정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쌩뚱맞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연이 좋다.  자연은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으며 거짓된 꾸밈도 없고 나를 일부러 해치지도 않는다. 오만한 생각이겠지만, 맘 먹고 귀농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오래 살고 싶은가 짧게 살고 싶은가

이 떡밥은 꽤 어릴때부터 종종 생각해보곤 했다. 아마 옛날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딱히 외롭지는 않다. 다만 태양의 흑점 주기 처럼 잊을만 하면 돌아오는 생각일 뿐이다.

최근 약 5년간은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재밌고 흥미로운게 너무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짧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든다. 새로운 것이 즐거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굳게 믿지만, 때로는(꽤 많은 경우에) 걱정이나 고민,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다. 짧지만 순도높고 밀도있게 내가 의도하고 선택한 것들로 즐거움을 채우는 것도 행복의 타율을 높이는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나의 Eigenvector & Eigenvalue

Linear Algebra를 들은 사람은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말로 고유벡터와 고유값이라고 한다.

Av = λv

수학적 정의에 따르면 어떠한 square matrix: A를 linear transformation 이라 할 때, A에 의한 변환의 결과가 자기 자신의 상수 배가 되는 0이 아닌 벡터를 Eigenvector(고유벡터) v 라 하고, 그 때의 상수배 값을 Eigenvalue(고유값) λ라 한다.

이 따분한 정의를 집어치우고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벡터 v 라는 녀석은 A 라는 변화를 겪었을 때, λ 만큼의 크기는 변하지만 자기자신의 방향성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주변의 수많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고유한 방향성을 가진 나만의 단단한 벡터는 어떤 것일까. 또 자의든 타의든 변화를 겪은 후에도 방향성을 유지한다면, 나는 얼마만큼 성장하는 걸까.


직업

두번째, 세번째, …n번째 직업은 무얼 할까. (주의: 할까 말까가 아니라 무엇을 할까다)

고민이 되는 지점은 두가지다. 꽤 많이 즐길 수 있는 것을 할 것인지(직업이니 돈은 적게라도 벌어야 한다) 아니면 재미 없더라도 경제적인 부에 더 집중하는 방향을 택할 것인지. 물론 두 가지를 취하는 극소수의 멋진 사람들이 존재하겠지만, 그게 나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냥 자기만족용/금전벌이용 직업 몇개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실 마음 속 후보는 몇개가 있지만 아직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나만의 다짐이나 비밀을 스스로 준비되지 않았을 때 밖으로 누설하면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이성적이고 허무맹랑한 징크스가 있다.


한큐에 쓰고 읽어보고 나니 시니컬한 느낌이 꽤 많다. 이번주는 해를 많이 못봐서 그런가보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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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 Kwon Rhee

programmer + art enthusiast

Berli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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